Summary: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수단 중 98%가 '녹색프리미엄'에 쏠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새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이미 낸 요금으로 확보된 기존 REC를 시세의 7분의 1 값에 되파는 구조입니다. 국제 온실가스 프로토콜은 이 제도가 8개 품질 기준 중 대부분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했고, 2026년부터 주요국이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면 국내 기업의 RE100 실적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1. 현황: 녹색프리미엄 쏠림 98%

2024년 기준 K-RE100(재생에너지 사용확인제도) 조달량 8.95TWh 중 녹색프리미엄이 8.79TWh, 비중으로 98%를 차지합니다. REC 구매·PPA·자가발전 등 다른 이행수단은 사실상 미미한 수준입니다. 국내 기업 대부분이 RE100 이행을 사실상 이 제도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2. 핵심 쟁점: 이 '재생에너지'는 어디서 온 것인가

녹색프리미엄의 자금·자원 흐름을 따라가 보면 구조가 드러납니다.

  • 재원은 국민이 낸 기후환경요금: 모든 전기소비자가 전기요금에 포함해 납부하는 기후환경요금이 재원입니다. 이 돈으로 한전이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의무 이행을 위해 이미 확보해 둔 재생에너지(REC)를, 별도 입찰을 거쳐 기업에 재판매하는 것이 녹색프리미엄입니다.

  • 신규 조달이 아니라 재판매: 새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짓거나 추가로 재생에너지를 사 오는 게 아니라, 정부 의무 제도로 이미 확보된 물량을 라벨만 바꿔 기업용으로 되파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제도로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실제로 늘어나지 않습니다 — 국제 기준이 요구하는 '추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가격 괴리: 녹색프리미엄 낙찰가는 2024년 1분기 평균 kWh당 10.4원(최저 입찰가 10원 근처에서 형성)이었던 반면, 같은 시기 실제 REC 현물시장 가격은 kWh당 70원 이상이었습니다. 시세의 7분의 1 수준입니다.


3. 국제 기준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온실가스 프로토콜(GHG Protocol) 스코프2 지침은 재생에너지 조달 수단을 8개 품질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녹색프리미엄은 이 중 다수 항목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1. 추적성 부재: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에 실제 발전 과정의 배출량 정보가 없고, 원천 REC를 특정 발전소까지 추적하거나 중복 사용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2. 이중계상 문제: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과 기업의 RE100 이행 실적이 같은 물량을 두 번 계산하는 구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2026년부터 주요국이 공급망 기업의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하기 시작하면, 녹색프리미엄으로만 RE100을 이행해 온 기업은 국제 RE100 이니셔티브 목표 달성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추가 비용 부담이나 글로벌 공급망 편입 기준 미충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4. 대안은 있다 — REC 현물시장

같은 국내 제도 안에서도 RE100 REC 거래시장(한국에너지공단이 운영하는 REC 현물매도시장)은 성격이 다릅니다. 실제 발급된 REC를 시장가로 사고파는 구조라 추적성이 있고, 가격도 녹색프리미엄처럼 인위적으로 눌려 있지 않습니다. 다만 매월 1·3주 금요일에만 개장하는 데다 아직 거래 규모 자체가 크지 않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녹색프리미엄만으로 이행 실적을 채우기보다, REC 현물 구매나 PPA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달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편이 2026년 이후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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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프리미엄은 저렴하게 RE100 실적을 채우는 손쉬운 길이었지만, 2026년부터는 그 길이 국제 기준 밖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